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회계업계의 모든 문제는 낮은 보수에서 출발한다’는 주장을 왜 할까?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감사보수 최저한도법’ 관련 내용이 너무나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말랑말랑한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이다. 이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저가수주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제 그것을 알아보자.
 
한국에서 자유선임제는 왜 실패했을까?

기업이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다. 하나는 현재의 ‘자유선임제’이다. 다른 하나는 35년 전까지 사용하였던 ‘감사인 지정제’이다. 물론 기업간 자유경쟁을 바람직한 경제모델로 삼는 지금의 시대상황으로 보면 ‘자유선임제’가 바람직한 회계업체 선정 방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자유선임제가 미국이나 타른 선진국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이 분식회계를 넘어서 회계사기를 저지르는 수준이 되도록 회계법인이 방치하거나 동조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안세회계법인 박윤종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첫째, 한국 상관행에서는 많은 일들이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주의로 결정된다. 전직예우나 전관예우 등도 공공연하다. 아직도 낙하산 인사의 하마평이 신문지상에 공공연하게 보도된다. 소유경영자가 아닌 감사위원회(사내감사+사외이사 등)도 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므로 외부감사인을 실제로 독립적으로 선임하지 않는다.

기업오너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 회의 때마다 제대로 오지도 않고 거수기 노릇을 거리낌없이 한다.

둘째, 서열과 질서를 중시한다. 아직도 대기업 신입직원들은 팀장보다 먼저 퇴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이를 중시하고 장유유서의 유교문화가 신세대 젊은이에게도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대기업과 하청납품회사 등의 갑을관계의 명령과 복종폐습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갑(기업)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회계숫자와 재무제표를 외부검증하는 외부감사인은 한국에서 가장 약한 을이다.

셋째, 한국은 아직도 단일민족이다. 서구는 수백 민족이 섞여 살고 미국땅·유럽땅은 한국의 100배가 넘는다. 서양인은 20명을 만나도 성씨가 다 다르다. 한국은 박·김·이씨가 50%를 넘는다. 집성 촌도 있고 한국인은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친구·친지·친척으로 연결된다. 그러니 외부감사에만 특유한 특성인 감시·조사·경고·투명공개의 개념을 기피한다. 따라서 자유선임제는 실패하게 되어있다.

넷째,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후장대(重厚張大)문화다. 자동차·조선·철강·화학·건설·의류·부동산·식품 등은 무게와 부피가 되니까 가격을 쳐준다. 감사보고서는 단 한 장이며 기업의 재무제표도 딱 한 장으로 요약할수록 한눈에 더 잘 들어온다. 기업고유정보는 소유경영자와 측근 실무자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외부경쟁자와 불특정다수인에게 자기정보를 무가로 제공하는 외부감사업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섯째, 회계감사보고서의 실질이용자는 감사선임발주자인 기업자신이 아니고 외부의 불특정다수 국민과 국가이다. 기업은 자기경영상태와 실적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재무제표와 주석사항도 모두 스스로 작성할 수 있으니 외부감사는 거추장스럽다고 느낀다.

따라서 감사인 자유선임제는 집정관과 감사관과 법무관이 3자 견제균형을 이루며 2천년전에 공화정을 실시한 로마제국과 소유·경영이 분리된 유럽·영국·미국기업의 현실에는 잘 부합된다. 그러나 진정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뿌리 내린 지 아직 50년이 안되고 소유·경영이 단일한 한국기업에게는 35년전 제도라 해도 감사인지정제가 딱 이다. 조세일보 2016년 11월」
 
한국에서 ‘자유선임제’라는 선진국의 회계법인 선정방법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안세회계법인 대표가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다.
 
기업과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왜 ‘자유선임제’를 좋아할까?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및 관련 법규 개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가 새로운 회계감사제도를 정립하고자 각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지정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의 제8회 국제회계 포럼 또는 한국회계학회에서도 대부분이 감사인 지정제가 한국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장과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4대 Major와 기업은 이에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이 궁금하다. 

우선 기업은 말랑말랑한 회계법인을 선호하는데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제 입맛대로 회계법인을 선정할 수 없으니 싫어한다. 그러면 4대 회계법인은 왜 싫어할까? 이미 대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4대 회계법인이 과점상태로 나누어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유선임제가 감사지정제보다 돈을 벌기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기업과 쌓아 놓은 관계가 얼마나 큰 자산인데 이것을 남에게 준 단 말인가? 이것이 4대 Major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들이 만들어낸 타협안이 ‘감사인 지정제’가 아닌 지금의 ‘자유선임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감사보수에 대한 최저한도 인상’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도 기업지원 성향을 띠고 있어서 이런 방식으로 결론을 내려고 하는 의도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도 좋고, 4대 Major 회계법인도 좋고, 한국공인회계사회장도 좋고,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좋다. 그러면 누가 나빠지고 손해를 보게 되는가? 국가와 국민이다. 왜? 대우조선해양 방식의 회계사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에서 설명한 현대건설의 6:1 감자와9:1 감자로 국가와 국민이 본 피해를 지금 대우조선해양에서 보고 있고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은 그들만의 이익이 될 뿐이고 회계사기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국가와 국민은 그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자유선임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들의 목적은 분명해졌다. 기업은 갑의 권한 유지를 원하고 회계법인은 돈만 더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결국 저들의 술책에 함부로 동의하는 금융감독기관이나 국회의원은 재벌그룹에 속한 대기업의 기만전술에 놀아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에 동조하는 감독기관이나 정무위원회 소속국회의원은 직무유기 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바보라서 재벌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
여기 이 법안을 보라. ‘6 +3 제도’ ‘한시적 지정 감사제’ 이 무슨 해괴한 법안인가? 이런 법안은 기업이 원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어정쩡한 법안이나 발의하고 있다. 부질 없는 일이다.
다음에는 ‘감사인 지정제’와 또 다른 대안에 대하여 살펴보자.

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2008년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CFO, 2012년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2015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11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그 후 분식회계추방연대를 결성, 분식회계 근절활동을 추진 중이다. 저서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0개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를 비교분석한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와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및 분식회계와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에 관해 다룬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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