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회계업계의 모든 문제는 낮은 보수에서 출발한다’는 주장은 옳은가?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감사보수 최저한도법’ 관련 내용이 너무나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다른 설명보다는 해당 기사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감사보수가 감사품질에 미치는 상관관계 실증연구’ 용역을 의뢰해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감사투입시간이 많고 보수가 높을수록 감사품질이 향상된다'는 실증 분석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르면 12월 초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내 회계사 보수규정을 담을 계획이다. 예컨대 자산규모에 따라 기본보수를 정하고 여기에 사업장수에 따라 가산보수를 더하는 식이다. 

문제는 감사보수의 최저한도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1967년부터 1999년까지는 공인회계사보수규정을 통해 보수의 상한을 법에 정해놨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로 카르텔 일괄정리법을 통해 담합 소지가 있는 법 규정이 모두 정리되면서 감사보수 상한제도도 폐지됐다.

이렇다 보니 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따내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에 나서면서 덤핑수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처럼 대기업과 회계법인간의 유착 사례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전날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010~2015년 대우조선 외부감사 책임자였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배모 이사를 구속했다. 배씨는 2013~2014회계연도 영업비용 1000억원 이상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달라는 대우조선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 대우조선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해준 혐의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율촌과 머리를 맞대고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법은 정부가 시장실패의 해결 등 다른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폭넓은 규제를 하고 있는 규제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 하에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58조에 따르면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이 제외되는데 전제조건이 3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 규제가 필요한 사업일 것, 자유경쟁의 예외가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것,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해야 한다.

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일어난 분식회계 사건 등이 회계법인간의 출혈경쟁으로 일어난 시장실패이고 외부감사업무가 공공성을 갖고 있는 만큼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의)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중경 회장은 “회계업계의 모든 문제는 낮은 보수에서 시작된다"며 “회계서비스 대가가 적정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2016년 11월」

아니 이런걸 말이라고 하나? 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이 주장의 목적은 여론을 오도하기 위하여 기안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 이제부터 한국공인회계회장의 잘못된 주장을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저가수주가 부실한 회계감사의 진정한 원인일까? 둘째,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을 주장하는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셋째, 부실한 회계감사를 방지할 대안이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일까? 아니면 다른 좋은 방안이 있는 것일까?

그러면 첫째 질문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해지고 그 부실을 숨기기 위하여 그리고 손익이 좋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분식회계를 하였고, 이에 방조 및 동조를 한 것이 회계법인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삼정회계법인,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안진회계법인이었다. 그런데 2008년 회계법인 선정시에 가장 높은 수임료를 제시한 삼정회계법인이 재선임된 것과 2013년에 안진회계법인이 재선임된 것이 단지 덤핑 저가수주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에는 크나큰 오류가 있다.

돈을 적게 받아서 기업과 회계법인이 유착된다는 것은 도대체 누가 만든 논리인가? 무엇을 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인지를 필자가 알 수는 없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회계법인이 기업으로부터 수임을 하지 못하면 손익 이전에 매출액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회계법인은 3년 계약이 끝날 때가 되면 기업의 눈치를 보게 되어 있다. 2007년과 2012년이 그 때였다. 이 때 돈이 유일한 선택기준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 또는 바보 같은 생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감사 1차 계약기간(08년~10년)이 만료될 즈음인 2012년 10월에 넌지시 차기 감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안진회계법인에 요구를 하였다. 이것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진회계법인을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그러자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버림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납작 엎드리는 듯한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한다. 간단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회계법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하여도 과장이 아니다. 감사보수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였다.
 
다음 안진회계법인의 ‘2013년 외부감사인 선임관련 분석’을 보라. 필자의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대기업이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비용 때문이라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하면 어떻게 하나? 대기업은 말랑말랑한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식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어째서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저가수주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자.

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2008년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CFO, 2012년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2015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11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그 후 분식회계추방연대를 결성, 분식회계 근절활동을 추진 중이다. 저서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0개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를 비교분석한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와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및 분식회계와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에 관해 다룬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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