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점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결국 사임했다.

19일 최 총장은 “총장직 사퇴를 표명하니, 본관에서 아직 머물고 있는 학생과 졸업생들은 본업으로 돌아가시길 부탁드린다”고 사임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최 총장은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이대 교수협의회는 19일 오후 3시30분 대학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이화 교수들의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최 총장의 사임 표명에도 교협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재단이사회의 최근 입장도 최 총장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명수 이사장은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로서는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의 좋은 취지를 보고 승인했지만 중요한 조건으로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중시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구성원들이 사업 철회가 됐음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고 사퇴까지 요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최순실씨 딸과 관련한 진상은 무엇인지 총장이 이사님들께 진실되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학교가 이 학생(최순실 딸)과 관련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후정 명예총장 역시 “체대 학생 관련해서 추호도 문제가 없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밝히고 만일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학생들과 교수, 이사진 내부에서까지 최 총장에게 등을 돌리자 최 총장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사임 입장문 전문.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최경희입니다. 저는 이제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은 이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면서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학교만 바라보면서 힘든 대내외적인 환경을 이겨내며 함께 해주신 교직원 선생님들과 동문 여러분 덕분이었고 자랑스러운 우리 이화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 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 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 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이화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다시 한번 이화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총장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우선, ‘미래라이프대학’은 4년제 정규 단과대학으로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 건학이념 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정신의 구현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지만,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이화 전체의 화합을 위하여 평단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 교수, 동문들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여 해당 계획을 철회하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이제 총장직 사퇴를 표명하오니, 본관에서 아직 머물고 있는 학생과 졸업생 들은 바로 나와서 본업으로 돌아가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기되어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학교로서는 최대 한 사실에 입각하여 해명해 드린 바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하여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화의 새로운 소통 시스템과 제도 개선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구성원들 모 두는 이러한 자정 능력을 갖춘 우리 이화를 신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화의 교직원 여러분! 노조 회원이든 교협 회원이든 비대위 서명 교수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이화구성원입니다. 저의 사직으로 그간의 분열을 멈추시고 오로지 학생과 학교 를 생각하시고, 이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하시며 힘을 모아 지금의 사태 를 조속히 해결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이화가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은 이화를 더 단단하게 하고 이화공동체를 더 화합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동안 이화를 위해 함께 애써 주시고 걱정해 주 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학생, 교직원, 동문, 학부모님, 그리고 이화 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이화의 빠른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도와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최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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