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삼성이 독일 승마장을 인수했다“고 밝혔던 유럽 승마 전문 매체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의 기사가 돌연 수정됐다. 해당 매체에 기사가 게재(2월 15일)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유가 있었다. 본지 취재 결과, 대한승마협회가 해당 기사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접촉한 유로드레사지 관계자는 “지난 12일 대한승마협회는 우리 기사가 실수라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가 ‘삼성이 루돌프 질링거(Rudolf Zeilinger)의 승마장을 구매했다는 사실은 틀렸고, 송하경이 샀다’고 얘기했다. 대한승마협회의 요청에 따라 질링거 승마장 구매자가 삼성에서 송하경으로 기사가 수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승마협회가 왜 협회 일이 아닌 개인 사안을 정정보도 요청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본지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대한승마협회에 문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자세히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으나 답변해오지 않았다.

유로드레사지의 이번 정정보도는 2월 15일자 기사가 오보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애초의 보도 경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유로드레사지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팀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당시 복수의 독일 관계자들로부터 질링거 승마장이 삼성에게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100% 확신을 갖고 보도한 것은 아니다. 누구도 그 얘기를 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사를 게재하는데 리스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나는 오직 질링거가 승마장을 판다는 사실에 관심이 있었다. 질링거는 덴마크 공식 팀 트레이너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기 소유의 승마장을 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승마장을 팔면서 많은 돈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태생의 루돌프 질링거는 2001년 독일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유명한 승마선수다. 은퇴 후 그는 미국에서 처음 코치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덴마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다. 질링거의 홈페이지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덴마크 국가대표팀이 단체경기에서 4위에 올랐다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계약이 갱신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유로드레사지 관계자는 국내에서 논란이 된 ‘비타나V’ 소유주에 대한 신원도 본지에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비타나V는 정유라에게 팔렸다.(Vitana did sell to Chung)”라고 말했다. 정유라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다.

정유라가 비타나V를 매입한 증거가 있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사실이다. 비타나V의 전 소유주(owner)인 모르간 바르반콘이 나에게 직접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모르간 바르반콘은 스페인 출신의 승마선수다. 그가 왜 자신의 말을 정유라에게 팔았는지 궁금했다. 본지는 비타나V 매매 과정을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다음은 유로드레사지 관계자와 일문일답.

-모르간 바르반콘이 비타나V를 언제 정유라에게 팔았나. 매각 금액은 얼마나 되나.

“거기까진 알 수 없다. 통상적으로 고가의 말을 팔 때는 금융거래를 통해 대금이 오간다. 유로드레사지가 승마전문매체이긴 하지만 개인간 금융내역까지 취재하고 알아낼 수는 없다”

-서류상으로 비타나V 소유주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 봤나.

“비타나V가 팔렸지만(even though she sold)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모르간 바르반콘 소유로 등록돼 있다. 국제승마협회 웹사이트에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비타나V를 정유라에게 팔았다는 것이 사실이면 말의 소유주가 왜 정유라로 되어 있지 않고 바르반콘으로 등록돼 있나.

“그 점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아마도 누가 비타나V의 실제 소유주인지는 알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비타나V를 지금 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본지 취재 결과 정유라로 확인됐다.

본지가 국제승마협회(FEI) 웹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정유라는 8월 27일, 28일 이틀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대회(Lamprechtshausen)에 출전했고 9월 22~23일에는 독일 대회(Darmstadt-Kranichstein)에 출전했다. 성적을 살펴보니 가장 잘한 것은 13위였으며 가장 못한 것은 25위로 확인됐다.

<사진출처=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

국제승마협회에 등록된 정유라 출전 말은 총 4마리다. 마명은 ▲라우징 1233(RAUSING 1233) ▲로얄레드 2(ROYAL RED 2)▲살바토르 31(SALVATOR 31) ▲비타나 V(VITANA V)다.
정유라가 양 대회에서 탄 말은 2마리로 라우징 1233(RAUSING 1233)과 살바토르31(SALVATOR 31)이었다. 정유라가 비타나V를 마지막으로 탄 날짜는 지난 6월 19일로 그랑프리 대회로 확인됐다.

<사진출처=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

이중 대표 말로 등록된 말은 비타나 V다. 본지 취재 결과 정유라는 2014년에는 한 마리 '로얄레드2'만 등록하고 출전했으나 2015년에는 3마리(피프티 센트6, 로얄레드2, 살바토르31), 2016년에는 4마리(라우징1233, 로얄레드2, 살바토르31, 비타나V)로 해마다 등록 말의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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