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공식 홈페이지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23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경에 대해 “기업들의 제안으로 내가 주도해서 추진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설명과 달리 전경련이 적극적으로 설립을 주도했다는 두 재단은 전경련 홈페이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전경련 홈페이지에는 회장단 소개와 함께 소속 단체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경련홈페이지에 소개된 유관기관은 ▲한국경제연구원 ▲국제경영원▲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중견전문인력종합고용지원센터▲FKI미디어 ▲자유경제원▲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전경련동우회(연우회) 등이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없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19개 기업에서 437억원을, K스포츠재단은 지난 1월 19개 기업에서 288억원을 출연받아 설립됐다. 700억원 넘게 출연해 만든 재단을 전경련이 홈페이지에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경련은 지금까지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는 자세히 소개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재계 공동 사업으로 2009년부터 추진 중인 저소득층, 농어촌 지역 에 ‘보듬이 나눔이 어린이집’ 건립 지원 사업이다. 이밖에도 장애인체육시설건립, 시각장애인 점자단말기 지원 사업 등을 지원했다고 전경련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반면 기업으로부터 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각출해 만든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설명이나 자료가 없다. 이는 두 재단이 애초 전경련 주도로 설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반증한다.

두 재단이 전경련 내 건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무실을 얻은 점도 눈길을 끈다. 본지가 공시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미르재단은 사무실 임차료로 1430만원을 지출했다. 전경련이 주도로 두 재단을 설립했다면 비싼 월세를 지불하고 않고 전경련 건물에 입주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구나 전경련은 2010년 7월 기존 건물을 헐고 지하6층, 지상50층 건물을 신축해 2013년 11월 입주했다. 입주 당시 공실률이 높아 전경련 회원사들을 상대로 입주 신청을 받는 처지였다.

전경련은 내달 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교체하고, 미르재단 명칭도 변경할 방침이다. K스포츠재단은 고 최태민 목사의 5녀인 최서원(순실에서 개명)씨 단골스포츠 마사지센터 원장인 정동춘씨가 2대 이사장을 맡고, 미르재단 역시 최씨와 친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 주변인들이 이사로 발탁되며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23일 저녁 경기도 여주 썬밸리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측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재단 설립 신청 하루만에 인가가 난 점에 대해선 “재단 설립을 두 달 정도 준비했다”면서 “전경련이 관여한 조직 백 몇십개 중 하루 만에 인가 난게 6곳, 2~3일 만에 인가난 곳도 있고, 3년이 넘게 걸린 곳도 있고, 불허된 곳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을 두 달이나 준비했으면서 인가 후 전경련 홈페이지에 단 한줄 소개조차 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