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비판적 보수주의자’로 불리는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여야를 넘나들며 한국 정치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 및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내며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를 했던 이 의원은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본지는 22일 오후 이 의원과 만나 주요 정치현안 및 의정활동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학계를 떠나 국회로 진출했다. 국회에 들어온 소감은.

▶ 학계에 있을 때도 실물 정치에 많이 관여해왔기 때문에 국회 활동이 낯설진 않다.

- 21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에 참여하는 대신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당초 당론이 바뀐 셈인데 이유가 뭔가.

▶ 해임안 제출에 동참하지 않은 건 해임할 정도의 사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흙수저 발언’ 등이 부적절하긴 했지만 농해수위 의원 3명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그것만으로는 장관을 해임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 일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면 온통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거다. 이번 일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대표가 경솔하게 결정했던 것 같다. 전세 특혜 의혹 등 일부는 사실 확인에 착오도 있었고. 만약 부결된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주도한 우상호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고 본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다. 환노위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 노동 분야보다는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이나 환경법은 오랫동안 공부한 분야여서 국민의 삶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다.

- 4대강 현지 실태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 직접 확인한 4대강의 상태는 어땠나.

▶ 참혹하다.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만 10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정부는 4대강 곳곳에 ‘보’라는 이름의 괴상한 댐을 세우고 강바닥을 깊이 준설하면 홍수를 예방하고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무식한 댐이 어디 있나. 홍수를 막으려면 중상류에 큼직하게 댐을 세웠어야 하고 취수를 하려면 물이 흐르도록 했어야 한다. 만약 큰 홍수가 난다면 낙동강 유역도 감당하지 못하고 물난리가 날 거다.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과 물부족 해결 모두 실패한 사업이다. 반면 후버댐을 설계했던 미국기술자들이 60년대에 와서 지은 소양강댐이나 안동댐은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으니 새 정권으로 바뀌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점검하고 원상회복하는 길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조사 중이다. 언론에서는 수사가 흐지부지될 거라는 관측이 많은데 어떻게 보나.

▶ 박근혜 대통령이 꿈쩍도 않고 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은 어떻게 보나.

▶ 아직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녹록치도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거액의 돈을 내놓을 리는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건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점인데. 일단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관여됐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거고, 뭔가 권력의 그림자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박대통령 레임덕 수용 못해 강공 펼쳐"
 

- 현 정권에 레임덕이 왔다고 보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힘이 약해지지 않고 여전히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 대체로 대통령들이 임기 말기에는 권력 행사를 자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고 YS, DJ,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모두 마지막에는 한계를 느끼고 권력행사를 안한 거다. 그래서 임기 말에는 항상 수석비서나 총리, 장관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곤 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좀 다르다.

-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권력을 놓기 싫어서라고 봐야 하나.

▶ 권력욕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퍼스낼러티(personality)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 밖에는 없다고 본다. 쉽게 말해 정권 후반의 레임덕 현상을 수용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그게 안 되니 오히려 강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대선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전 대표 외에 경쟁자가 없어 맥 빠진 경선이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외부에서 영입할 생각은 없나.

▶ 나도 히든카드가 있으면 좋겠는데 더 이상 영입할 만한 사람이 없다. 완전히 소진돼버렸다.

-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선공약으로 개헌 문제를 들고 나올 거란 얘기가 많다.

▶ 그만큼 ‘향후 정치의 중심이 의회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역대 국회 중에 그런 공감대가 20대 국회만큼 컸던 적이 없다. 한 사람에게 막대한 권한을 5년 동안 위임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라는 거다. 분권형 대통령이든 의원내각제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과 명분들이 때마침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기문 대망론은 악재 거듭되면 힘들어"
 

-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최근 흐름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보나.

▶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게 때문에 쉽게 예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병우 사건이나 미르재단 사건 같은 악재가 시리즈로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힘들 거라고 본다.

- 이 의원은 4.13총선 전에 야권 단일화에 반대하며 3당이 독자생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예상이 적중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이 공식이 유효할 것으로 보나.

▶ 다음 대선 국면이 어떤 방식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난 총선 때와는 상황이 변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개헌논의 등을 매개로 한 모멘텀은 형성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 당이 수권정당으로 가려면 ‘정치적 확장성’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다. 이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우리가 확장성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지난 총선 때 정당득표율을 보면 영남에서 국민의당이 20% 정도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 호남 득표율이 47.9%로 높긴 했지만 영남의 경우 인구가 많다보니 득표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4년 전에 1번을 찍었던 사람들을 상당 부분 흡수한 거다. 그런데 총선 이후 여러 가지 악재에 말리다보니 정치적 확장성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 같다.

- 그렇다면 국민의당의 정치적 확장성의 중심은 영남에 있다고 봐야 하나.

▶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영남에는 고정표가 있다. 그보다는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정체성론에 얽매이지 말고 국난 극복을 위해 여야를 초월한 새로운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면 흔들리는 여권 표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쪽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시각도 있다.

▶ 그동안 많은 이슈에 있어서 정부가 잘못한 측면이 컸기 때문에 국민의당 역시 다른 야당들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보이슈나 노사관계 등의 문제에 있어서 기존 야당과 차별화된 주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지난 4.13 총선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은 10% 초반에 머물러 거의 반토막이 났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이나 사드 배치 문제 이런 것들로 영남 쪽 지지기반을 많이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인과 정당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넓혀가야 하는데 총선 이후에 그런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사드배치 반대 논리 설득력 없어"


- 사드 배치에 대한 이의원의 견해를 듣고 싶다. 당론과 상관없이 개인 생각은 어떤가.

▶ 일단 정부 결정이 성급했고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중국 관련 문제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고 전자파 논란은 이제 근거가 없는 걸로 밝혀졌다. ‘사드 배치 전 성능을 실제로 확인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나 ‘전쟁이 일어나면 수도권이 불바다가 되기 때문에 사드 배치의 의미가 없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 국민의당의 노선이 이 의원과 맞는 편인가.

▶ 우리 당이 추구하는 노선은 합리적 중도다. 급진적 진보는 결코 아니다.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스팩트럼만 보더라도 50대 이상의 보수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당의 노선과 특별히 부딪치는 부분은 없었다.

-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 난 어쩌다보니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아무래도 개헌 문제 등 당 차원을 넘어선 여러 가지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뜻이 맞는 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볼 생각이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치고 싶나.

▶ 현재 우리나라는 3중, 4중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엔 지진요소까지 더해졌다. 민생과 국가를 잘 끌고 가는 게 정치다. 정치인이 주의ㆍ주장에만 목을 매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그래서 실패한 걸 많이 봐왔다. 국난 극복을 위해선 마음을 합쳐야 한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집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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