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 기반의 병역 체제 전환을 주장하며 ‘모병제’ 논쟁이 불붙었다. 남 지사는 인구절벽에 대비해 현재의 징집제를 모병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 지사는 1일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에 관련 TF를 만들어 준비 작업을 시작하고 2022년에는 완전히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2025년이면 신생아가 30만명대로 확 떨어져 현재의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이 이에 대비한 군병력 운용 방식 전환을 논의할 적기이다. 30만명 정도의 병력을 모집해 9급 공무원 수준, 월 200만원 수준의 대우를 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답은 ‘작지만 강한 군대’다. 정말 가고 싶어 하는 군인들을 뽑고 대우를 잘 해줘서 오래 복무하는 군대, 강한 군대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인건비 등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60만명이 넘는 장병들을 절반으로 줄이고 각종 방산비리 등을 척결하면 해결된다는 게 남 지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쓴소리를 했다. 임 소장은 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모병제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 징병제를 감군하는 과정 없이, 그리고 현재 군대 내에 모순된 반인권적 병영문화에 대한 혁신 없이, 차를 떼고 포를 뗀 상태에서 모병제 도입을 공론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 국방 전문가는 “북한의 위협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병제는 자칫 국가 안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지사가 제시하는 모병제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할 수 없는 인구절벽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전력을 가진 과학적인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떤지 알아봤다.

미국의 경우, 닉슨 대통령은 1973년 베트남 전쟁 이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병역체제를 전환했다. 충분한 임금과 혜택으로 군인으로서의 커리어를 발휘하는 것이 징병제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1970년대 초반 닉슨 행정부의 모병제 전환 위원회에서 활동한 경제학자 월터 오이(Walter Oi) 교수는 1967년 논문을 통해 “징병된 젊은 남성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징병제를 비판했다.

현재 미국의 모병제는 한국의 청년들이 미군 외국인 모병 프로그램 ‘매브니(MAVNI)’를 통해 입대를 자원할 만큼 대우가 좋다. 미국 사병 프라이빗 E1(Private E1) 계급은 우리나라로 치면 ‘훈련병’이다. E1계급의 봉급은 기본 1566달러로, 한화로 약 17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이병(Private E2) 1756달러, 일병(Private E3) 1847달러, 상병(Private E4) 2046달러, 병장(Private E5) 2231달러로 연봉으로 치면 최저 2만달러(약 2,200만원)에서 2만6천달러(2,900만원) 사이다. 이 금액은 최저 월급(basic pay)이며 실제 월급은 연차에 따라 상승한다.

급여에서만 혜택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미군은 본인과 직계가족이 무료로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결혼한 병사에게는 주택 구입비용 또는 임대비용과 가족에 대한 식비가 지원되며, 거의 모든 생필품과 가전제품, 차량 등을 면세 혜택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에 의거, 일정 기간 군복무를 성실하게 마치고 제대한 군인은 대학 진학이 가능할 정도의 장학금을 정부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프랑스 역시 1996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당시 국방 개혁을 통해 징병제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2001년부터 프랑스의 군사모집 방식은 100% 모병제로 전환됐다. 구소련의 붕괴로 주적이 사라지고 첨단무기체제가 도입되는 등 안보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100여 개국이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도 SNS를 이용해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모병을 한다. 이따금씩 모병관이 지원자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항공권을 보내줄 때도 있다. 만약 지원자가 자국을 떠날 수 없으면 현지에서 테러를 자행하도록 사주한다.

케이시 뮬리건(Casey Mulligan)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모병제 전환은 변화하는 시대양상에 맞춘 것으로, 한 나라의 군사력이 ‘인력’에서 ‘자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뉴욕타임즈 기고문에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미군 병력은 15~24세 남성의 1/6을 차지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에는 이 숫자가 1/15로 줄어들었다.”고 모병제가 시대 변화에 따른 것임을 입증했다. 첨단 무기 보유가 군사력을 결정하며 그것이 자연스럽게 모병제 전환까지 이어졌다는 것. 한국 역시 같은 등식이 적용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위력적이었던 중공군의 인해전술은 현대전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모병제 논의 이전에 첨단무기 개발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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