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으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5시30분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1발을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 이번 SLBM은 지금까지 북한의 4차례 시험발사 중에서 가장 먼 500㎞를 날아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80㎞ 정도 침범한 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이번 SLBM 시험 발사를 “커다란 군사적 진보를 이룬 성공중의 성공”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SLBM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6개 국가(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인도)만 보유하고 있는 첨단무기에 속한다. 바다 속 잠수함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위치 파악이 어려워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SLBM이 북한의 핵무기 전략에 ‘반격’이라는 옵션을 추가해준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가하더라도 위치파악이 어려운 잠수함을 이용해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은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북한의 SLBM 보유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SLBM 능력은 어느 수준일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SLBM이 이미 ‘거의 실질적인 위협단계’에 달했다”며 “오히려 미사일보다 잠수함의 잠항 능력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를 보낸다. 이에 반해 “북한의 SLBM 능력이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군사전문가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불과 1년 반 만에 사출시험에 성공하고 수중발사를 통해 미사일을 500km까지 보냈다는 것은 매우 빠르고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실질적인 위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벡톨 교수는 이어 “북한의 골프급 잠수함이 심해를 잠행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의 주된 관심사다. 골프급 잠수함은 최대 70일의 잠행 능력이 있는데 북한의 잠수함이 이러한 능력을 입증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하와이까지 공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다음에는 북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잠수함을 이동시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SLBM이 실질적인 위협체계라는데 동의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이동식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에 이어 SLBM의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며 “무수단과 SLBM은 모두 탐지와 대응이 어려운데 한국은 아직 이를 방어할 단 하나의 무기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역시 “SLBM이 500㎞를 비행한 만큼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SLBM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핵탄두 소형화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음 단계로 SLBM 12발을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 건조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의 SLBM 운용에 아직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적인 군사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 거리상으로는 진전을 보였지만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준은 아니다. 실전배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 이유로 “SLBM이 실질적 위협이 되려면 여러 기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 보유 능력과 추가 실험들이 중요한데 북한은 아직 이런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24일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잠수함은 실험용에 불과하다. 북한이 실전용 잠수함을 보유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멜리사 해넘 선임연구원도 “아직까지 북한의 잠수함 기술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심할 뿐만 아니라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잠수함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보다 추적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민간 군사정보업체인 ‘올소스어넬리시스’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북한의 이번 SLBM 시험발사 성공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장기적 미사일 프로그램 과정에서 당연히 밟아야 할 단계이자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북한이 다음 시험발사에도 성공한다면 실전배치를 향한 진전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여전히 미사일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분석관 역시 “이번 발사 실험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비행거리가 늘어났다고 해서 SLBM 실전 배치가 갑자기 1~2년 이내로 단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위트 전 분석관은 이어 “북한이 올 초부터 SLBM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 개발 속도를 과대 포장해서 선전하고 있다. 북한의 핵 억지력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적고 SLBM 개발도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만큼 대단히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SLBM 발사를 계기로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군은 “사드가 마하 14의 속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SLBM도 요격범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군 당국이 온전히 파악하고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북한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대비해 북쪽을 향하게 될 것을 고려하면 북한 잠수함이 동해로 깊숙이 침투해 발사하는 SLBM은 사드 사격통제용(TM)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사드의 레이더 범위는 120도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잠수함으로 이 각도를 피해 발사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SLBM은 사드에 대한 훌륭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을 들어 ‘사드 배치 무용론’을 확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한다고 하니 사드는 필요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은 동아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군비경쟁과 정치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상대방이 강력한 카드를 내놓으면 보다 더 강력한 카드로 맞대응하는 것이 군비경쟁의 원리다. 최근 일본은 내년도 방위성 예산으로 역대 최고치인 5조1685억엔(약 57조6000억원)을 편성하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방어 해양 전력 강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일본의 군비증강 가속화는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도 효율성과 비용 문제만 논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SM-3 요격미사일을 현재 운용 중인 이지스함 3척에 도입하는 데만 3년이 걸리는 만큼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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