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기상청이 양치기 소년이 됐다. 18일 기상청은 “폭염은 19일을 끝으로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폭염이 계속되자 기상청은 21일 예보에서 25일로 변경했고, 22일 예보에서 다시 26일로 변경했다.

이처럼 기상예보가 틀리자 네티즌들은 “오보가 너무 잦아 화가 난다. 직접 나가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상청이 연일 오보를 내놓은 이유는 뭘까.

기상청의 기상 예측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수치 예보모델이 적용된 슈퍼컴퓨터에 기상관측자료를 입력한다. 이후 도출된 여러 예측결과를 두고 기상청 본청 총괄예보관 4명이 회의를 거쳐 국민들에게 전할 예보를 선정한다.

슈퍼컴퓨터·수치예보모델·기상관측자료·예보관 전문성이 예보 정확도를 좌우한다는 게 기상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상청은 2010년부터 세계 최고의 정확도를 가진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했다. 수치예보모델이란 관측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대기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예측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영국의 수치예보모델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 최고급 소프트웨어다.

기상청은 올해 초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미리·우리를 가동했다. 이 가운데 누리·미리는 지난해 말 532억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장만한 장비다. 누리·미리는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2016년 국제 슈퍼컴퓨터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슈퍼컴퓨터 TOP 500에서 각각 36위·37위 성능을 기록한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다.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예보 전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컴퓨터로부터 도출된 결과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예보관들의 전문성은 예보 정확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상청 오보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예보관의 기본 자질을 따지는 시각도 있다.

기상청에는 총 4명의 총괄예보관이 있다. 1명의 총괄예보관과 밑으로 4명의 예보 직원이 한 조를 이뤄 업무를 본다. 각 조는 오전 8시와 오후 8시를 기점으로 12시간씩 교대한다. 총괄예보관들의 주된 업무는 ▲기상예보자료 수집, ▲기상도 작성·분석, ▲기상예보·특보(지진해일 제외) 생산 등이다.

본지는 총괄예보관 4명의 부임 직전 보직을 확인해 봤다.

현 총괄예보관 A씨는 국립기상연구소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장을 지내다 지난해 1월 총괄예보관직에 부임했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는 ▲대기·해양·극지기상에 관한 연구, ▲지진·지진해일·화산에 관한 연구가 주된 업무다.

현 총괄예보관 B씨는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개발과장을 지내다 지난 6월 말 부임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수치모델개발과는 ▲수치예보모델 현업운영 및 검증,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현 총괄예보관 C씨는 기상청 예보기술분석과에서 근무하다 2013년 6월 부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예보기술분석과는 ▲예보기술 개발, ▲예보시스템 구축 및 개선 등 업무가 주를 이룬다.

현 총괄예보관 D씨는 올해 3월부터 예보정책과 서기관급으로 잠시 근무하다 지난 6월 말 부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예보정책과는 ▲예보업무 정책수립 및 관리, ▲재해기상업무 계획 수립 및 조정, ▲예보관련 자료 유지관리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최우갑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예보관들의 기본자질을 의심하긴 힘들다. 하지만 인사권을 쥔 기상청장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추후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윤화 현 기상청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환경부 대기보전국 국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냈다. 이후 2013년 9월 기상청장에 부임해 만 3년 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 청장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기상분야보다 환경분야가 더 전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 교수의 지적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최 교수는 기상 오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순환보직을 꼽았다. 최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순환보직시스템이다. 예보관은 기상청 내에서도 최고 인재가 맡아야 할 만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현행 3년 주기의 시스템은 예보관들이 시간을 두고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기상청 내에서 예보관직은 3D 직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학계에선 기상청에 수십년 동안 예보관의 연봉을 높이거나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촉구했지만 항상 ‘규정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기상청 본청 인사정보를 살펴보면 현 총괄예보관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15개월이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예보 생산을 담당하는 중책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라고 지적한다.

본지는 22일 기상청 대변인실 관계자를 만나 기상청 인사시스템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대변인실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타 보직보다 전문성이 높이 강조되는 총괄예보관직에 순환보직시스템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기상청 대변인실의 의견은 어떤가.

“정부 각 부처 모든 공무원은 승진을 한다. 기상청 직원들도 공무원이다. 따라서 총괄예보관들도 해당직에 계속 머물 수는 없다. 자리가 비워지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총괄예보관 가운데 2명은 지난 6월 말 부임했고, 나머지 2명은 각각 2013년, 2015년에 부임했다. 짧은 근속기간에 의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총괄예보관들은 해당직에 이르기까지 기상관련 경력을 쌓았다. 인사시스템과 전문성은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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