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금융감독원>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M사 대표 이모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 형제가 투자자들에게 허위정보를 퍼트리고 헐값의 장외주식을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진정이 잇따라 접수됐기 때문이다.

장외주식은 공개 및 상장요건이 미흡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다. 공인된 시장 관리자가 거래를 중개해 주지 않기 때문에 소형 중개업체들이 가격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매매를 주선하거나 개인들끼리 수소문하여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금감원이 장외주식의 거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반적으로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 장내 종목을 위주로 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윤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씨와 그의 동생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고 피해 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약 2주 전부터 부정거래, 무인가 자문, 유사수신 행위 등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씨의 부정거래 행위 여부에 조사의 촛점을 두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씨는 브로커와 결탁해 장외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후 회원들에게 두 배 이상 비싸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최근까지 활동했던 증권 전문 방송에서 “여러분 대박 정보 하나 가져왔습니다. 매출 실적 등 빠지는 게 없는 회사입니다”라며 투자자들의 매수를 부추겼다. 이씨는 정보가 취약한 회원들에게 검찰조사 등 악재가 있는 장외주식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 중에는 지난해 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주가가 내리막길로 걷던 네이처리퍼블릭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이씨가 운영하는 M사의 회원 수는 약 12,000명 수준으로 유료회원만 1,5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평생회원 가입비로 1,500만원을 낸 회원들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제공하는 ‘고급 정보’로 대박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결과는 쪽박이었다.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이유는 상장하면 ‘대박’을 칠 수 있어서인데 회원들이 이씨를 통해 매수한 장외주식은 상장 후 주가가 반토막난 것이 많았다.

금감원은 이씨의 동생이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이씨는 회원들이 주식대금을 입금할 때 이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계좌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는 금감원에 신고되지 않은 업체로 확인돼 부정거래뿐 아니라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혐의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장외주식시장 전반의 피해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이씨와 관련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장외주식 대부분은 정식 시장이 아닌 사설 웹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되는 일이 많아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장외주식 거래에 관한 피해 사례를 취합해 금감원·경찰청 등에 신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뿐 아니라 서울남부지검에도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피해자 모임을 발족한 뒤 이씨와 그의 동생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SNS를 통해 자신을 ‘주식투자로 자수성가한 사업가’, ‘수천억대 재력을 지닌 청담동 자산가’, ‘흙수저 출신의 재력가’로 소개해 왔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부가티 베이론, 벤틀리 뮬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등을 과시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또 최근까지 증권전문 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TV의 예능프로그램에도 등장하는 등 방송가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인물로 통한다. 이씨는 현재 M사 등 8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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