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등기 이사 남양유업 지송죽 고문 88세
최장수 등기 이사 엘지생활건강 차석용 대표

3월은 주총 시즌이다. 기업들은 주총에서 사내 이사 선임 및 배당을 결정 고시한다. 기업에서 사내 이사 선임은 주요한 경영 활동이다. 어떤 인물을 사내이사로 정하느냐에 따라 해당 연도 경영의 밑그림을 읽을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인물 중에는 흔치 않는 이력의 소유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최고령 사내 이사는 남양유업 지송죽 여사다. 올해 88세인 지송죽 여사는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미망인이다. 지 여사는 1986년 첫 사내이사에 등재된 후 올해로 30년째 경영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직책은 고문이다. 지 고문은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는 3년이다.

지 고문의 경우,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일도 드물어 사내이사로 적정한지 비판의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측은 “고령의 나이이지만 이사회에 출석하는 등 등기임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상법상 사내이사의 출석 여부는 공개 의무가 없어 지 고문이 이사회 의결과정에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매일유업 김인순 명예회장도 올해 81세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10년째 매일유업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모친인 김 명예회장은 진암장학재단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매일유업 정기 주총은 24일 열린다. 김 명예회장은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안건이 상정된 상태다.

외국인으로 국내기업 사내이사 등재 횟수가 가장 많은 이는 현대글로비스 얀예빈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노르웨이 출신의 얀예빈왕을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방침이다. 얀예빈왕은 2010년 6월 현대글로비스 등기임원에 오른 후 2013년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주총에서 재선임되면 외국인으로선 최다 기록 보유자가 된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도 주목받는 경영인이다. 마하셔 대표는 1년 임기의 사내이사에 연임이 확실시된다. 마하셔 대표는 2012년 에쓰오일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올해로 5년 째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는 에쓰오일 역대 CEO 가운데 최장수 기록이다. 에쓰오일 은 2~4년 주기로 CEO를 교체해 왔으며 4년을 넘긴 CEO는 마하셔 대표가 처음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이익 8176억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했다.

현직 전문경영인 중 가장 오랜 기간 등기이사에 오른 이는 엘지생활건강 차석용 대표이사다. 차 대표는 올해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차석용 대표는 2005년 1월 엘지생활건강 대표이사 취임 후 줄곧 등기이사를 유지해 왔다.
차 대표가 12년째 등기이사에 오른 비결은 ‘성적’이다. 엘지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4조6770억원)대비 13.9% 증가한 5조32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도 6840억원으로 전년(5110억원) 대비 33.9% 증가했다.

한편 관심을 모은 전자투표제는 올해도 기업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전자투표제는 정족수 미달에 따른 주주총회 무산을 막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확대 차원에서 2010년 첫 도입됐다. 주주들이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소액주주 권리 강화 제도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의무 사안이 아니어서 기업에 강제할 권리는 없다. 이 때문에 경영진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전자투표제 도입을 꺼리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를 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02곳 중 전자투표제를 시행한 회사는 106곳으로 15.1%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장은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은 올해 문을 연 ‘의결권 정보광장’(vip.cgs.or.kr)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2월 23일 서비스를 개시한 ‘의결권 정보광장’은 주주총회 안건별 상세정보 · 의결권 행사내역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원-클릭 정보 포털이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의 경우, 일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주주총회 안건의 상세정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내용은 확인이 어려웠다.

VIP에서 제공하는 주요 정보는 ▲회사별 주주총회 관련 정보 ▲기관투자자별 의결권 행사 내역 등이다. 특히 소액주주가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기관투자자 및 연기금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연금·국민연금·사학연금 같은 국내 주요 연기금이나 JP 모건 등 해외 운용사, 네덜란드 APG·영국 BT Pension Scheme·미국 CalPERS·캐나다 CPPIB와 같은 해외 연기금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VIP에는 국내 30대 그룹 이사 후보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내용도 담겨 있다. 3월 주주총회를 여는 30대 그룹 83개 계열사의 이사 후보 140명 가운데 22.1%인 31명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이 5건 이상 반대나 10% 이상 반대한 것.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 임대기 사장과 삼성화재 손병조 사외이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정명철 이사와 현대차 이유재 사외이사 등이 ‘독립성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은 분식회계와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로 반대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배임 횡령 등 경제사범을 이유로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이밖에도 3월 주총에서 사내 이사가 확실시되는 30대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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