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순위, 한미약품 1위 동아에스티 2위 유한양행 7위

‘신약 개발의 힘’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제약업계 지각변동은 위 단어로 집약된다. 5위권에 머물던 한미약품이 사노피 등 신약 기술 수출에 힘입어 단숨에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1위였던 유한양행은 뒤로 밀렸다.
유한양행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15년 전년 대비 10% 가량 성장한 1조1287억원의 매출에 8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기 때문. 순이익은 1260억원으로 전년 909억원보다 38.6% 증가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노출된다.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 수출로 매출 성장을 이룬 반면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 판매 수입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
연구개발 투자도 경쟁사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본지가 매출 상위 8개 제약사 공시를 분석한 결과, 유한양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투자한 R&D 총액은 262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액(8204억원)의 3.1% 정도다.
한미약품은 매출액 대비 19%인 1093억원(지난해 3분기까지)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2014년에도 매출액 대비 20%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왔다.
그 외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율을 살펴보면, ▲동아에스티 9.8% ▲녹십자 8.8%▲종근당 8.7%▲일동제약 5.5%▲JW중외제약 3.9%▲대웅제약 2%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이 올해 2위 자리를 지킬지도 미지수다. 3위 녹십자가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1조478억원.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녹십자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근거는 녹십자의 차별화된 사업구조에 기인한다.
녹십자는 전체 매출(연결 기준) 가운데 혈액제제(24.6%) 백신(15.6%) 수출(20.9%) 등으로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타 제약사에 비해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는 오는 2020년까지 혈액제제 생산 규모를 ‘글로벌 빅 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녹십자가 캐나다 퀘벡에 건설 중인 혈액분획제제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이런 점을 의식해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크게 늘렸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유한양행의 올해 R&D 투자 비용은 1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국내 제약업계가 살 길은 활발한 R&D 투자를 통한 해외 진출이다. 한미 FTA에 이은 한 EU FTA 체결 후 제약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의 선전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 규모는 22억9187만달러로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액도 3.1% 증가한 25억2086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철강 조선 전자 등 타 제조업의 부진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의 주요 먹거리’임을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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