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17개국에서 한국인 입국금지 또는 입국절차 강화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3단계’로 격상

24일 새벽 모리셔스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격리 모습. 

[월요신문=조규상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격상했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을 역으로 통제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등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25일 12시 기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와 지역은 이스라엘·요르단·바레인·미국령 사모아·사모아·홍콩·키리바시 등 7개다.

마카오·싱가포르·태국·마이크로네시아·영국·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오만·카타르·우간다 등 10개국은 한국 방문자를 격리시키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인 입국금지가 확산되면서 우리 국민들이 해외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격리된 후 귀국하게 되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는 우리 국민 신혼부부 17쌍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격리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모리셔스가 한국인에 대해 예고 없이 입국보류 조치를 한 것이라 여행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에 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조치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영사를 모리셔스 현지에 급파했다.

베트남 다낭시에서도 24일 대구에서 출발해 다낭시에 도착한 비엣젯 항공편(VJ871) 탑승객 전원(한국인 20명 포함)에 대해 격리 조치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20명은 다낭 공항 도착 후 곧바로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베트남 측에 즉각 항의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인 입국금지로 인해 우리 관광객들이 전세기를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면서, 이미 입국한 성지순례객 등 한국인 1300여명에 대해서도 전세기 비용을 부담하면서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미국도 한국인에 대한 경계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경고'로 올렸다.

CDC 여행경보는 1단계 '주의'(Watch), 2단계 '경계'(Alert), 3단계 '경고'(Warning)로 이뤄져 있다. 3단계는 지역감염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이다. 이후 조치가 ‘여행금지’라는 점에서 한국은 사실상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계를 받는 국가가 된 것이다. CDC가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이 유일하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대목이다. 중국인 입국금지가 전세계로 퍼져나갔을 때도 한국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진압에 나섰지만, 각 지역 별로 고강도 예방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4일 산둥성 웨이하이 시에서는 한국에서 들어왔다는 이유로 우리 교민에 대해 5~7일간 강제 격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지 말아줄 것으로 각국에 요청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제43차 유엔(UN)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감염 발생 국가 수가 증가하면서 각국 정부들은 대중의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해 예방 조치를 취하고 종식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보고되고 있는 코로나 감염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 및 증오 사건, 차별적인 출입국 통제 조치 및 자의적 본국 송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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