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등 신기술 무장 IT기업들이 혁신 금융서비스 제공…금융시장 일대 판도 변화 전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위)과 판교테크노밸리의 카카오 오피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은경 기자] 기존의 금융사들이 정보기술(IT)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했던 ‘핀테크’ 시대가 가고 기술이 금융을 리드하는 ‘테크핀’ 시대가 돌입했다. 특히 막대한 사용자와 기술력을 앞세워 금융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네이버와 카카오가 테크핀 시대를 주도하면서 금융업계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테크핀’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IT기술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한 핀테크(금융+기술)와 달리 IT 기업이 앞장서 금융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술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기존 금융사들이 갖는 금융업 노하우가 아닌 AI,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설립한 네이버파이낸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의 강점을 활용해 결제와 연계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대출 등 고관여 금융서비스로 확장해 종합자산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은 올 상반기 통장을 선보이고 네이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보험 상품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네이버는 20년간 쌓인 검색 데이터와 연간 13조(兆)원이 넘는 쇼핑 구매 데이터, AI 기술을 앞세워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여기에 네이버가 적자가 나더라도 테크핀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고려했을 때 금융업계에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의 강력한 라이벌인 카카오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페이는 4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수을 기반으로 한 ‘머니 2.0’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머니 1.0’시대에는 선불 충전 사업자라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결제와 송금, 금융 상품 중개 등의 사업을 해 온전한 테크핀 사업자로서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실명 계좌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결제, 증권, 보험까지 융합하는 진정한 월렛리스(walletless:지갑 없는) 시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6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머니 2.0 전략으로 국내 테크핀 산업 판도를 바꾸겠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네이버가 카카오가 빅데이터와 IT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혁신 주도권’을 손에 쥔다면 기존 은행권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에서는 기술을 앞세운 테크핀 업체들이 기존 금융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양대 빅테크사가 금융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어떤 금융 혁신을 보일지 기대가 모임과 동시에 기존 전통의 금융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