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에 제시한 낮은 공사비로 시공시 부실아파트 양산 우려
갈현1지구 재개발조합 롯데와 수의계약 백지화 될 수도

[월요신문=조규상 기자] 롯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서 하자가 너무 많아 입주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는 입주자들의 불만이 확산되는 가운데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최근 부실시공 논란이 확산되면서 조합 일각에서 시공사 입찰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부실시공 논란이 갈현1구역 입찰에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갈현1구역 조합은 오는 19일 대의원회를 거쳐 다음달 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통해 롯데건설의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입찰을 위해 그동안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조합원들과 입장 차이를 최소화해 나갔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내세운 조건들이 결국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예상가격으로 3.3㎡당 459만9300원을 제시했다. 총 공사비는 9082억원으로 지난 1차 입찰(9182억원)에 비해 100억원 낮췄다. 아울러 추후 공사비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확정했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최근 강북 재개발 사업이 3.3㎡당 500만원 전후에 형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갈현1구역 1차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엔지니어링도 낮은 공사비가 결국 발목을 잡아 중도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턱없이 낮은 공사비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수익을 포기하고 입찰에 사활을 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롯데건설도 따로 주판알을 튕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낮은 공사비는 자재 원가 절감으로 인한 품질 저하 및 공사기간 단축 등을 야기할 수 있고,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경기도 ‘파주 운정 롯데캐슬파크타운’의 부실시공 논란은 우려 확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파주 운정 롯데캐슬파크타운에서는 ▲거실 바닥 시멘트 균열 및 보수 없이 장판 시공 ▲거실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음(가만히 있어야 할 공이 한쪽으로 굴러감) ▲베란다 창문 닫을 시 창틀 흔들림 ▲현관문 주변 불이 잘 붙는 단열재 시공 등 수많은 하자가 드러났다.

이번 입찰과 관련 갈현1구역 한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 여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대의원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건설의 부실시공 논란은 매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하남미사 롯데캐슬 스타’ 상가 일부분이 내려앉아 한 달가량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사고는 해당 건물의 양생(콘크리트 치기가 끝난 다음 온도 ·하중 ·충격 ·오손 ·파손 등의 유해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보호 관리하는 것) 기간을 짧게 하고 하부 지지대를 두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7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롯데건설은 ‘부실시공 1위’란 오명까지 얻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부실시공 등으로 인해 벌점을 부과 받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롯데건설이 26.77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롯데건설의 부실시공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타 지역에 롯데캐슬을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5일 예정됐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문래 롯데캐슬’의 사전점검이 전면 연기되자 코로나19 확산 우려라는 명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입주 예정자 A씨는 “가뜩이나 언론을 통해 롯데캐슬의 부실시공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면서 “입주(4월 2일) 전까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내 집의 하자 및 보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하고 입주해야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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