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본인 100% 소유한 지음 등 계열사 누락…공정위, ‘고의성’ 있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
네이버 “단순 직원 실수…당시 공시대상 기업집단 될 가능성 전혀 없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당했다. 본인과 친족이 소유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해당 자료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판단했고, 네이버는 단순 직원 실수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전에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이 GIO를 고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소시효가 한 달 가량 남았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가 성급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제1소회의에서 이해진 GIO를 지정자료 허위 제출 행위로 고발 및 경고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동일인(기업집단의 사실상 지배자)인 이 GIO가 2015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본인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지음) 등 총 20개 계열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했다. 다만 2017년과 2018년 비영리법인의 임원이 간접 보유한 8개 회사를 누락한 행위에는 경고 조치했다. 이 GIO가 해당 임원을 통하지 않고서는 누락회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매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 동일인으로부터 계열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인 ‘지정자료’를 받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준 대기업으로, 이곳에 지정된 기업은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하고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네이버는 2017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됐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조치가 과하다고 반발했다. 문제 자료가 제출된 2015년 네이버의 총 자산은 3조 원대로, 당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고에서 빠진 계열사를 다 포함하더라도 자산 조건 미달로 2015년 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며 “약식자료 제출이 이뤄지는 예비조사단계서 발생한 실무자 실수로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전이라도 허위제출 행위는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지정자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등 지정의 기초가 된다”며 “정확한 지정자료가 담보돼야 신뢰 높은 경제정책과 효과적인 시장 자율적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GIO가 지정자료의 표지 및 확인서에 개인 인감을 날인했기 때문에 본인 및 친족회사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정자료 제출 직전 본인회사의 임시 사원 총회에 참석하고 정기적으로 본인회사 운영에 관해 보고받은 만큼 계열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공정위 양측이 자료 누락의 ‘고의성’을 놓고 견해가 갈리면서 동일한 혐의로 1, 2심 재판을 받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김 의장은 계열사 제출누락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고의성이 없음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김 의장이 자료제출 관련 업무 일체를 회사에 일임한 만큼 실무자의 허위자료 제출 사실을 고의로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 GIO의 누락회사 인지 여부를 토대로 제재 수위를 결정한 만큼 고의성 판단이 검찰 기소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김 의장의 사례로 비춰볼 때 이 GIO에 대한 고발도 유죄 혐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공정위가 고발을 결정한 시점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공소시효는 네이버가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는 3월 24일이다. 검찰이 기소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촉박하게 고발을 결정한 셈이다.

이에 지난 2018년 대기업의 허위제출행위를 봐주고 직원들의 재취업을 알선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공정위가 이번 결정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가 “상세하게 소명할 예정”이라 밝힌 만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정자료 누락에 고의성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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