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존속살인

더 이상 가정 내 비극이 아닌 사회적 비극으로 봐야 해

2013.02.08  (금) [631호]
황현주 기자 (foem8210@hanmail.net)
크게보기

[월요신문 황현주 기자] '가족살인’이라 불리는 ‘존속살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존속살인 사건은 163건(2008년)에서 195건(2012년)으로 증가했고, 지난 2008년 44건에서 2011년 68건으로 54%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또한 지난 2010년 대경찰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정신분열, 우발적. 가정불화 등 순으로 존속살인의 원인이 분석됐고, 흉기, 폭행, 둔기, 교사 등의 순으로 살인 방법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붕괴되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 존속살인률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라며 “집안문제라는 편견을 가지지 말고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으로 존속살인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사회가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북 덕진경찰서는 부모와 형을 살해한 박모 씨(25)를 존속살해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시켰다. 박 씨의 범행동기는 부모와 형이 가지고 있는 약 26억원정도의 보험금을 수령받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직 경찰로 재직하고 있던 박 씨의 외삼촌이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으로 박 씨의 범행을 도왔다는 혐의로 덕진경찰서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 해 2월 남양주시에 살고 있는 임모 씨(47)가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견디지 못해 70대 노부부와 1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지난 해 4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살고 있는 모녀가 수 십년 간 폭력을 휘둘렀던 가장을 질식해 숨지게 했다.

또한 지난 2009년에 4월 순천에서 일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역시 존속살인이다. 순천 시골마을에 살고 있던 부녀가 청산가리를 든 막걸리를 동네사람들에게 마시게 해 살해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부녀는 오래 전부터 성관계를 맺어왔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모친을 없애고자 이와 같은 일을 공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우발적 혹은 계획적 ‘존속살인’



전북 덕진구에서 발생된 존속살인은 가족이 가입한 보험과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재산 등을 노리고 계획한 범죄에 속한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박 씨는 집안의 둘째 아들로, 연탄가스로 부무와 형을 숨지게 했고, 일가족 3명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및 박 씨의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콩나물 공장과 부동산 등 약 50억원 가량을 수령받기 위해 이와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박 씨는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원룸 구입과 집안 벽에 구멍을 뚫어 놓는 등 치밀하게 예행연습까지 미리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룸 구입에 대해서 경찰 측은 “처음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원룸 구입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연탄불을 구입해 원룸 안에서 피우는 예행연습까지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에 현직 경찰관인 박 씨의 외삼촌까지 개입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덕진경찰서는 조사를 펼치고 있으며,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씨가 뉘우치는 기색 없이 구치소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고, 진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여자친구를 불러주면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경찰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경찰은 박 씨가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판단 하에 전문 프로파일러와 함께 박 씨의 심리상태나 정서 등을 조사했지만 싸이코패스일 확률이 적게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에 대해 덕진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3월, 강서구 방화동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이모 씨가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친모와 의붓아버지를 살해해 경찰에 구속됐다. 이 씨는 경찰 진술에서 “어릴 때 모친이 간음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친모인 최 씨와 의붓아버지 노씨에게 분노를 느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흉기를 미리 준비해간 정황을 들어 경찰은 우발적 범죄보다는 계획적 범죄에 더 무게를 실었다.

또한 우발적 존속살인 역시 계획적 존속살해 못 지 않게 많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2월,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존속살인은 대표적인 우발적 살인사건으로,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에 시달리고 있던 피의자 임모 씨가 70대 노모와 10대 아들을 살해해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임씨는 도박에 빠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에 자살을 결심해 노모와 아들을 죽였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자신이 죽으면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전문가들은 임 씨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해 11월에 완주군에서 발생한 존속살인은 한의사인 아들이 친모를 죽여 경찰에 검거됐다. 30대 중반의 피의자 김모 씨는 경찰 검거 당시. “악마가 시킨 일”이라며 “자신은 악마에게 누명을 썼고, 악마가 모친을 살해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이에 완산경찰 측은 “김 씨가 정신불안을 겪고 있으며, 정황으로 미뤄볼 때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 같다”고 밝혔다.

존속살인, 방지 되지 않는 이유

관련 전문가들은 존속살인을 '울타리 살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울타리란, 가정 혹은 가족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정과 사랑,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보듬고, 보살펴 줘야 할 가족이 만연해지고 있는 개인주의, 가족 해체로 인해 관계가 건조해지거나 무의미하게 바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존속살인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제히 “효 사상이 기반인 한국의 가족문화는 본디 혈연 이상의 정과 결집으로 맺어져 있는데, 서구 문화가 들어옴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다보니 자연적으로 가족해체 현상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 덕진구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의 경우, 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극심한 가정불화로 인해 가족과 소통을 하지 못한 피의자 박 씨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 해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서구 방화동에서 일어난 존속살인의 경우에도 가족 간의 해체가 가져온 비극으로 풀이 된다.

한국의 폐륜범죄 비중은 선진국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한 심리학박사는 “도덕과 예의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경로효친 사상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재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서로에 대한 신뢰도나 정을 형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리고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명령만을 내리거나 자녀라고해서 부모의 권위적인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스트레스가 존속살인을 더욱 부추긴다”다고 설명했다.

존속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를 구속시킨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흔히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법적인 도움이 필요없다고 여기지만, 존속살인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될 수 있는 사건이니만큼 법적인 도움과 조언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존속살해죄, 폐지냐? 유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살인보다 형을 가중하여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또한 유교적 전통에 의해 입법화됐지만, 유교문화권 내에서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1973년 위헌 결정을 내렸으며, 1995년 형법 개정을 통해 이 조항을 폐지됐고, 중국과 북한 역시 존속살해죄라는 죄목은 없다고 법전에 명시돼 있다.

한편, 존속살해죄 존폐여부를 두고 현재까지도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살해죄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그 어떠한 살인죄보다 제 가족을 죽이는 존속살해죄야말로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며 “존속살해죄가 폐지된다면 가족 해체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존속살해의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존속살해죄 폐지를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단지 가족을 살해했다해서 보통 살인죄보다 형벌을 가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여전히 한국이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 2011년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존속살해죄 폐지를 위해 그 어떠한 것도 결정이 된 바가 없다”고 확고히 밝힌 바 있다.



ⓒ 월요신문(http://www.woly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보기
메인페이지로 이동
Copyright © wolyo.co.kr all rights reserved.